Chapter. 1 사물, 비사물
이미지는 그림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매체의 폭이 넓어졌다. 오늘날 정보는 시각에 특화되어 있다. 디지털이미지는 스마트폰, 모니터, TV 등 하드웨어를 통해 망막으로 전달된다. 특히 모니터는 모든 정보를 시각화한다. 많은 이미지(정보)는 세상을 폭 넓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양의 이미지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되려 많은 이미지는 시각은 채워 줄 수 있지만 사고를 정지시킨다. 방대한 양의 비사물적 정보는 눈을 가려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거나 속단하게 만든다. […] 사람의 관심이 사물에서 비사물로 이동하면서 사물은 점차 사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사람은 ‘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물로 이루어진 환경에 익숙했었다. 주변의 사물로 놀이했던 과거는 미해지고 이제 스크린을 터치하고 스크롤링(scrolling)하는 놀이에 익숙해졌다. 새로운 놀이는 손가락, 눈만 움직여 목표를 성취한다. 앞으로 곧 사람은 사물로 놀이하는 방법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Chapter. 2 과거의 것을 간직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는 방법
작품에서 개인적인 요소, 사회적인 요소를 구분해서 읽어내려는 시도보다.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개인은 사회에 속해있고, 사회는 개인으로부터 구성되기 때문에 개인의 창작물은 사회와 분리 할 수 없다. 창작물은 사연과 시대가 얽힌 사물이다. 사회에 속한 개인이 편찬한 역사는 시대를 구성하는 부분이 된다. 시대는 역사를 근거로 현재에서 과거를 볼 때 구체적으로 된다. 사람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회, 역사, 시대로부터 전이된 특수한 관념은 일상에 영향을 끼친다. 즉, 사람은 사물을 바라볼 때 관념을 떼어낼 수 없다. 위 사실로 사람은 다른 생물과 구별된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관념으로 사물의 인식도 변화된다. 다시 말해, 시대를 규정하기 위한 어떤 표준의 역사는 개인으로부터 편찬되며, 그 개인은 사회에 속해있다. 그리고 사회는 다시 역사와 시대로부터 형성된다. 개인, 사회, 시대, 역사는 유기적 결합 구조를 띤다. 이 같은 현상에서 창작물에 대한 해석이 이루어진다. 이것을 현재의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매체(medium)에 적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기존 예술매체가 아니었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더 나아가 매체개념으로 포섭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포스트 매체 상황은 이미 도래했다. 이는 다양한 매체 중 예술 매체가 아니었던 물질을 사용하는 인식의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물질은 개인적인 기억을 가지면서도, 역사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피착취 국가 노동자들에게 설탕이 갖는 의미와 제국주의에 앞장선 열강의 시민에게 설탕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 그러므로 물질은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작업의 소재로 물질을 선택할 때 많은 조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창작물에 대한 해석이 시대의 관념에 따라 변화된다는 주장에 있어서, 필름에서 디지털로 변화한 기술적 매체(media)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2차원의 디스플레이를 넘어 증강현실을 구현 중인 기술에 있어 사물에 서려 있는 ‘흔적’은 이에 저항하는 주요 개념으로, 앞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화의 기능은 이제 과거와 달라졌다. 회화의 질감은 디지털 매체에 저항하는 성격을 가졌다. 창작자가 뚜렷한 회화는 흔적이라고 하기에 어색하지만, 시대를 탐구하는 데 흔적으로서 기능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회화의 형상에서 전달될 수 있는 메시지 외에 분명 다른 조건이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매체로 인해 변화된 일상의 영향으로 사람은 새로운 각도로 사물을 인식한다. 과거의 규칙과 관습을 기억하고, 새로운 인식에서 도태된 사물(회화)의 유효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